서지문의 뉴스로책읽기[1]

2016. 6. 21 조선일보에서


< 영국 고립주의의 뿌리 >


※ 영국의 EU 탈퇴와 관련하여 역사공부

 

영국에서 19세기까지, 양갓집 딸들의 가정교사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프랑스어 실력이 좋아야 했다. 우아하고 매력 있는 신붓감 조건에 프랑스어가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부잣집에서는 아예 프랑스 여성을 가정교사로 고용하는 일도 많았다. 또 프랑스 요리 인기가 높아서 프랑스인 하녀를 두는 가정도 많았다.


반면 영어 구사는 프랑스 상류층 영양(令孃)들의 매력 포인트가 전혀 아니었다. 따라서 프랑스 부잣집에서 영국 여성을 가정교사로 채용하는 일은 드물었다. 더구나 영국 요리를 '골판지 쪼가리'라고 비웃는 프랑스인들이 영국인 요리사를 채용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오늘날은 해저 터널 고속열차로 20분이면 영·불 해협을 건널 수 있지만 유럽 대륙에서 발아한 르네상스가 불과 40㎞ 너비의 이 해협을 건너는 데는 200년 걸렸다. 그만큼 영국은 유럽의 변방이고 '한데'였다. 그래서 유럽 '대륙' 사람들은 영국인을 투박한 촌뜨기 정도로 생각했다. 사실 17세기 이후 영국은 인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권과 자유 부문에서 단연 세계 1위였음에도 영국인들은 겉으로 보이는 프랑스의 세련됨과 화려함에 열등감을 느끼기 일쑤였다. 동시에 라틴 민족이며 가톨릭교도인 프랑스인을 뼛속까지 불신하고 혐오했다.

샬럿 브론테는 그의 자전적 소설 '빌레트(Villette)'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프랑스인 여학생들은 학업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은 눈곱만큼도 없고 오로지 사치와 환락과 연애만을 탐하며 '진실'을 존중하는 마음이란 털끝만큼도 없다고 치를 떨고 있다.

작은 대륙에서 여러 나라가 끊임없이 갈등 속에 살아오며 원한과 혐오가 얽히고설킨게 유럽이었다. 거기서 공동선과 평화를 위해 공동체를 구성하고 부국과 빈국이 통화를 통일했을 때 그 용단이 정말 놀라웠다. 더 큰 가치와 혜택을 위해 서로 유불리를 조절한 유럽의 지혜가 전 세계의 지역적 평화 공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영국에서 더 이상 대륙의 장단에 춤추지 말자는 여론이 비등한 것 같다. 영국이 탈퇴하면 나머지 국가의 결속도 느슨해질 것이다. EU가 삐걱대면 전 세계에 달갑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이다. 우리는 그 파장을 정확히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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